그는 객관적으로 꽤 잘생긴 미남이었다. 간편한 차림새나 다시 찾아온 것을 보면 그는 내 생각대로 옆 마을 사람인 모양이었다. 한 번 보았다면 잊을 수 없는 얼굴임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지난 회의에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았다. 진한 검은색 눈동자가 내 작업실 곳곳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괜히 긴장이 됐다. 그는 꼭 검사라도 하듯 공방을 꼼꼼히 훑어보았...
볕의 열기가 짙어지기 시작하는 6월 이맘때가 되면 파도를 타고 인어의 비늘이 해변으로 밀려 들기 시작한다. 햇빛 아래에서는 자개처럼, 달빛 아래에서는 은하수처럼 빛나는 오색의 손톱만 한 비늘들은 매년 6월부터 시작해 7월이 되면 바다를 수놓듯 떠내려 오다가 8월이 되면 그 수가 줄어들었다. 해수욕을 위해 손님들이 몰려오는 그 성수기, 해안가에 위치한 작은 ...
비가 내린다. 뉴스에서는 장마기간을 알리는 기상캐스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창문을 내려치는 빗소리가 굉장했다. 잔뜩 낀 먹구름 덕에 햇빛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실내가 어둡고 쌀쌀했으며 창밖으로 들려오는 빗소리 만큼이나 바람소리도 거셌다. 식탁에 앉아 멍하니 창문너머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던 수현이 띵-, 하고 울리는 밝고...
그는 백색에 가까운 머리칼과 샛노란 눈동자가 눈길을 끄는 사내였다. 커다란 덩치에 알맞게도 그의 직업은 용 사냥꾼이었다. 그 스스로 그렇다 말 한 적은 없었지만 또한 특별히 부정 한 일도 없었다. 그는 그저 용을 찾아다닌다고 입을 놀렸지만 그가 용 사냥꾼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신이 돌지 않고서야 굳이 용을 찾아다닐 리가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모두 그를 가리켜 ...
00. 그의 목을 비트는 환상을 보았다. 그는 여전한 미소로 내가 하는 행동을 자애롭게 용서라도 하는 양 그렇게 그저 묵인했다. 목을 쥐는 감촉이 생생했다. 손가락 사이로 들러붙어 오는 살점이나 손바닥 아래에서 일렁이는 근육의 움직임 같은 것들. 올라가는 체온에서 떨어지는 체온까지. 총기 어렸던 눈동자가 예쁘게 감기고, 줄이 끊어진 인형마냥 축 늘어진 팔이...
한때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행방이 묘연해진 후에는 큰아버지가 맡게 되어 한동안 왕래는 없었지만 어릴 적 자주 오가며 놀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라 퍽 낯설지도 않았다. 괜찮겠니? 그렇게 묻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묘한 기대감이 있었다. 아마도 익숙했던 것을 보면 기억이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빤히 보이는 생각에서였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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